나경원, 내년 지선 ‘차출설’ 나도는데
‘추나대전’으로 존재감 더 키우나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월 들어 사실상 ‘추나(秋羅) 대전’의 링이 됐다. 지난 2일 첫 충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여기는 전투장이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었지만, 이후 추 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고성·항의가 반복되며 ‘추나대전’ 법사위가 공식화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민주당이 나 의원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을 강하게 막아서며 시작됐다. 민주당은 나 의원이 ‘강경 보수의 상징’이라며 간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의회 독재”라며 반발했다. 간사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은 첫 회의부터 폭발했고, 법사위는 단숨에 국회 여러 상임위 중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게 됐다.
추 위원장이 지난 22일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도중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추가 상정하고 처리한 일은 ‘추나대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여야는 결국 26일 상호 고발전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나 의원을, 국민의힘은 추 위원장을 각각 명예훼손·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격렬한 추나대전에…’추미애=보수의 참 어머니’ 별명 회자
정치권에서는 ‘추나대전’ 뜻밖의 관전 포인트로 ‘추미애의 역설’을 꼽는다. 추 위원장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1차 대전’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운 인물로 회자된다. 2020년 11월 24일 윤 전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 12월 16일 정직 2개월 징계 의결은 헌정사상 초유의 장면이었고, 이후 법적 공방과 정치적 파장이 뒤따랐다. 이 일련의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을 ‘정치의 링’으로 끌어올리는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 위원장의 ‘2차 대전’은 2020년 한동훈 당시 검사와의 충돌이다. 채널A 의혹 수사 국면에서 추 위원장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수사와 감찰 공방이 오가며 ‘한동훈’은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그는 이후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되며 중앙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추·윤’에 이은 ‘추·한’ 구도가 또 하나의 정치 스타를 키웠다는 해석이 가능해진 대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3차 대전’의 상대가 나 의원이라는 전제하에 여러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나 의원이 법사위 야당 간사 논란과 추 위원장의 ‘퇴장 명령’ 공방의 한복판에서 보수 결집의 상징적 역할을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에서 나 의원의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차출설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이에 특히 경기지사 카드와 연결해 ‘추나대전’의 연장전이 열릴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윤석열·한동훈의 존재감을 키워 ‘보수의 진정한 어머니’라는 조롱 섞인 별칭까지 얻었던 추 위원장으로서는 이런 리스크를 안고 추나대전에 임해야 하는 셈이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추나대전’과 관련 윤석열·한동훈을 거론하며 “그동안 전쟁의 결과가 적절하거나 좋았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판단하겠지만,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는 썩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사실상 자제를 요청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나 대전이 길어질수록 여야 강성 지지층은 결집하겠지만, 중도층에는 정치 혐오만 커질 수 있다”며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전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