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우 대전시장(왼쪽 세 번째)과 조원휘 대전시의장(왼쪽 두 번째), 이중호 대전시의원(왼쪽 첫 번째), 김진오 대전시의원이 11일 행정안전부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을 전달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태 기자
대전시가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주민투표’라는 강수를 띄우면서 판을 흔들 변수로 부상했다.
권한·재정 이양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제동이자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시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명분인데, 특례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극명하고 반대 기류도 선명해 통합 논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물론 정부가 수용할지는 미지수지만, 이 같은 승부수가 지역민의 반발과 갈등 증폭의 도화선이 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대전시의회 임시회에서 채택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과 타운홀미팅 등을 통해 수렴된 시민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 행정안전부에 통합 추진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주민투표는 최후의 카드로 여겨지던 선택지다. 안건 상정과 사전설명회 등 준비 절차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주민투표법상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일 60일 전부터 당일까지는 주민투표를 시행할 수 없다.
올 지방선거 기준 4월 3일 전에는 마쳐야 한다는 의미로, 유효투표수도 관건이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통합 논의는 표류할 수 있고, 반대가 과반을 넘으면 논의는 사실상 무산된다.
그럼에도 대전시가 주민투표 카드를 꺼낸 것은 여당의 유례 없는 입법 속도전에 있다. 법안 발의부터 처리까지 한 달 채 안 되는 기간을 설정하면서 여야 협치와 숙의가 실종됐다는 문제의식이다.
앞서 이 시장은 ‘재정 지원’에 방점이 찍힌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안 발표를 기점으로 주민투표 가능성을 수차례 시사해 온 바 있다. 전날 대전시의회 임시회에서 행정통합 주민투표 촉구 결의안이 가결돼 가시권에 들어왔고, 시가 행안부에 공식 요청을 마치면서 쐐기를 박은 셈이다.
통합특별시의 특례 범위와 규모를 두고 정부·여당과 지자체·야당 간 이견이 첨예한 만큼, 대전시·충남도와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 특위 구성과 대통령 면담 등을 거듭 촉구해 왔지만 현재까지 정부·여당은 미온적인 분위기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충남·대전 통합 특별법안을 당론 발의한 데 이어 12일 상임위원회 통과,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 등 속전속결로 입법 절차에 나선 만큼, 요구 관철 가능성이 낮아진 대전시가 주민투표를 쏘아올려 제동을 시도한 것이다.
이 시장은 “통합은 쇠락해 가는 지방의 운명을 바꾸고 수도권 일극체제를 타파하는 대한민국 대개조의 핵심 과업임에도, 정치 도구와 선거 전략으로 변질됐으며 오직 6월 3일 통합시장 선출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번갯불에 콩 볶듯 진행하는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투표 절차를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당초 대전시와 충남도 역시 행정통합을 처음 추진했을 때 양 시도의회 의결로 갈음한 데다, 주민투표 시행 시 정부·여당이 목표하는 7월 통합지자체 출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 같은 우려에 “이해당사자인 144만 명의 대전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주민들 의견을 받들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데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며 “시가 추정했을 때, 행안부 장관이 이달 20일까지 답변을 주면 3월 25일에 절차를 끝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주민투표 실시 요구는 물론, 반발 여론이 가시지 않는 점도 정부·여당과 지자체·야당 모두의 부담 요인이다. 시에 따르면 국회 전자청원에는 주민투표 실시 등을 요구하는 데 1만 8000여 명이 동의했고, 대전시의회에 접수된 소통 요구 민원도 1536건에 이른다.
절차적 정당성 결여에 대한 반발과 통합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 등 민심의 저항이 감지되고 있기에, 사실상 주민투표 시행 여부와 무관하게 다양한 변수와 파장을 불러올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