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
지난 3월 1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거친 신경전을 펼쳤다. 특별히 미국의 한일 순방에 관해, 중국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민반응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일본, 한국과 회담을 끝내고 막 돌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중국은 한일 양국이 중국의 긴밀한 무역 파트너라면서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지난 15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찾았고, 18일 한국 일정을 끝낸 뒤 곧바로 미국 알래스카로 날아가 중국과 회담에 임했다. 이번 순방을 놓고, 중국은 미국이 대중 포위망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인도, 호주와 쿼드(Quad) 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흘 뒤에 이루어진 미국 국무, 국방장관의 한일 순방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였다.
블링컨 장관은 한일순방을 언급한 뒤, 홍콩과 대만 문제,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국을 향한 경제적 강압 등 중국의 행동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 모든 행위는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중국을 세차게 공격했다.
그러자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중국이 따르는 것은 유엔 중심 국제시스템과 국제법이 뒷받침하는 국제질서이지, 소수 국가가 주창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미국이 다른 나라에 미국식 민주주의로 다가서려는 것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고위급 회담에 대한 미국의 반응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고위급 회답에서 보인 중국의 태도는 도발이었다. 애초 이번 회담에서 취재진에 공개되는 모두 발언은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지만, 중국 측이 장시간 발언을 하고 미극이 여기에 대응하면서 설전 속에 1시간 넘게 지속됐다.
미중 양국은 미국 알래스카에서 벌인 고위급 회담은 다음 날 19일 재개된 뒤에도 난타전을 이어나갔다. 결국 1박 2일간 계속된 고위급 회담은 공동 발표문을 내지 못한 채 종료되었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 대중 정책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동맹과 공유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미국의 정책과 원칙, 세계관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홍콩, 신장, 사이버 공간 등 미중 간 충돌하는 지점은 물론,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의제에 관해서도 중국과 매우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AP뉴시스
회담에 참석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광범위한 이슈에서 힘들고 직설적인 대화를 예상했는데,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 대해서 “블링컨 장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도 “미 대표단은 중국과의 관여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칙, 이익, 가치를 제시하는 데 전념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싸움’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이다.
고위급 회담에 대한 중국의 반응
중국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고위급 회답에서 보인 미국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4년간 미중 관계를 흔들었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도 변화가 없는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었다.
취재진에 공개되는 모두 발언 2분을 넘긴 것은 도를 넘어선 미국의 내정 간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약속 시간을 어긴 것은 잘못이지만, 중국은 그만큼 쌓인 게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 자리가 아니면, 중국은 불만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회담을 마친 뒤,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의 회담은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하다. 그러나 물론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양측이 갈등 없는 정책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에 보인 경고성 발언이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중국의 체제가 옳은 한 중국을 목조를 방법은 없다”며 “누군가 중국 국민을 목 조르거나 억압할 경우 스스로 피해를 초래할 뿐이라는 점을 우리 역사가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양제츠 정치국원과 함께 회담에 참여한 왕이 외교부장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주권은 원칙의 문제로, 이를 방어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며, 외교적인 수사 없는 발언을 했다.
패권전쟁 출구전략, 혹은 제2차 대전 서막
중국뿐 아니라, 주변국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압박 전략은 다방면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이가 없다.
문제는 다음 스텝이다. 전략적 견제 후 관계 개선을 이룰 의도라면, 출구전략이 문제이다. 일본, 인도, 호주와 쿼드(Quad) 정상회담에 이어, 한일 고위급 회담을 가진 미국은 대중 포위망 해제 구실을 찾기 힘들 수 있다. 동맹국 설득이 어렵단 말이다.
반대로 미중 패권전쟁을 계승할 생각이라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강하게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처럼, 중국 문제를 국제사회로 끌고 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 미중관계는 회복이 어렵다.
이번 고위급 회담 상황으로 볼 때, 미국은 미중 관계 개선보다는 패권전쟁 재개 쪽으로 입장을 분명히 한 것 같다. 홍콩, 신장의 인권 문제에서부터,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까지, 미국은 파상적으로 중국을 압박한 것이 증거다.
그렇다면 결론은 어떨까? 중국이 미국의 계획대로 홍콩, 신장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고,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에 대해서도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양보를 하게 될까?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세계는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미국 중심으로 구조화돼 있다. 자동차, 비행기, 석유, 달러 기축통화는 지하철, 고속철, 전기 배터리, 전자화폐로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설정한 구조 속에서는 미국이 최고이지만, 중국이 구조를 바꾸면 상황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