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일보DB
대전의 개발제한구역(GB)이 지역 성장의 구조적 제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 팽창을 억제하고 녹지를 보전한다는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산업용지 확보와 공공시설 배치, 도시기반시설 확충이 번번이 중앙 심의 문턱에 걸리면서 비수도권 광역도시 현실을 반영한 제도 손질 요구가 커지고 있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행정구역 539.725㎢ 가운데 GB는 301.9588㎢로 집계됐다. 행정구역 대비 비율은 55.95%다. 도시지역 494.959㎢ 기준으로는 61.01%까지 높아진다.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 도시지역으로는 10곳 중 6곳이 그린벨트에 묶인 셈이다.
자치구별 부담도 전역에 걸쳐 있다. 동구는 행정구역 대비 68.74%, 도시지역 대비 78.12%가 GB다. 대덕구도 두 기준 모두 60.16%에 이른다. 유성구는 행정구역 대비 57.74%, 도시지역 대비 57.72%이고 서구는 도시지역 기준 50.65%, 중구는 49.21%가 규제를 받는다.
높은 비율은 토지 이용 제한을 넘어 미래산업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대전은 과학기술, 국방, 바이오, 반도체를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 부지와 공공기반시설 용지를 확보하려면 해제 절차부터 거쳐야 한다. 사업 필요성이 인정돼도 지방정부 판단만으로 속도를 내기 어렵고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와 보완, 협의가 반복되면서 추진 기간이 길어진다.
안산 국방산업단지가 대표 사례다. 산업용지 부족 해소와 국방산업 집적화를 목표로 추진됐지만 지난 10여 년간 중도위 재심의와 재보고가 반복되며 지연됐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 중도위 조치계획 심의에서 최종 수용돼 해제 고시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됐지만 산업단지계획 승인과 보상, 조성 절차는 이제부터다.
행정 절차 지연은 산업 경쟁력 손실로 이어진다.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성과 사업화, 국방혁신 클러스터 조성은 입지 확보가 선행돼야 하지만 GB 해제가 늦어지면 투자 결정과 기반시설 조성도 함께 밀린다. 산업용지 공급 지연이 대전의 미래산업 실행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개별 사업마다 해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보전 가치가 낮은 단절 토지나 훼손지, 국가전략산업·공공시설 부지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전처럼 행정구역 절반 이상이 묶인 도시는 일반적 기준만으로 가용지 문제를 풀기 어렵다. 사후 관리와 난개발 방지 장치를 병행하면 보전과 개발의 균형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관련 입법 논의가 다시 필요한 이유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GB 해제 권한은 사실상 국토부가 강하게 쥐고 있는 영역이라 기존 법만으로 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별도 법률을 통해 지방정부에 한시적 권한을 주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지역 정치권이 원팀 구도를 만든 만큼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풀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