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경기도마저 허우적…지방 곳간 비는데 재정 틀은 그대로

대전일보DB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지방정부에 이어 비교적 재정 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던 경기도마저 ‘재정 비상’을 선언하면서 지방재정 구조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정부마다 사업 구조조정과 공약 재검토에 나섰지만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행정수요와 재정 부담에 맞춰 재원이 따라가는 구조로 지방재정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충청권 자치단체에 따르면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지방재정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5482억원, 내년부터 연평균 6955억원의 재정 부족을 전망하며 100억원 이상 사업 111개 중 71개를 일몰·축소·조정 대상으로 분류했다. 세종시는 단위사업 전수 점검에 들어갔고, 충남은 178개 공약을 100개 안팎으로 재편한다. 충북도 주요 현안 20여 개를 재검토하며 1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 같은 재정난은 비단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방재정 구조의 허점을 선명하게 드러낸 곳은 전국 최대 자치단체인 경기도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최근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며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이어 9일에는 ‘경기도 부자 착시현상의 원인, 이중 모순에 갇힌 경기도 재정’이라는 글을 통해 지방재정 제도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추 지사는 반도체 등 산업이 성장하면서 국가 세수는 늘지만 산업 기반시설과 소방 등 행정수요를 부담하는 경기도의 재정은 충분히 늘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경기도가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여서 다른 지방정부처럼 국가로부터 부족한 재정을 보전받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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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이 있는 곳에 재원이 따라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방재정 문제의 핵심을 압축한다.

세종에서는 광역·기초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층제 특성이 현행 재정지원 체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제기된다. 세종시는 지난해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을 건의했고 당시 대통령도 공감을 나타냈으나 후속 논의는 더디다.

정부는 올해 초 현 7.5 대 2.5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상반기가 지나도록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종시 보통교부세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무조정실 TF도 선거 전 한 차례 회의를 연 뒤 후속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가 자체 사업을 줄이는 동안 지방재정의 큰 틀을 바꾸는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예산처는 2027년 국세 수입이 당초 전망치인 412조 원을 크게 웃도는 50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 세입을 미래 대응 기금과 청년·지방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초과 세수는 경기 여건에 따른 일시적 재원이다.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한시적 지원이 아니라 행정수요가 발생한 곳에 재원이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구조 개편이다.

충청권과 경기도의 재정난은 양상이 다르지만 공통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실제 부담하는 행정수요와 재정수입이 제대로 연결돼 있느냐는 것이다.

자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효과가 낮거나 유사·중복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대형 인프라 사업도 타당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 그러나 성장에 필요한 사업까지 일률적으로 줄이면 정부의 ‘5극 3특’ 지방 주도 성장과도 충돌할 수 있다. 초과 세수가 발생한 올해를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방재정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충청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에 재원을 더 많이 배분하는 것은 결국 제도적인 문제”라며 “보통교부세율을 조정하거나 법령을 개정하는 등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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