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신도 이장우’…대전시장 선거 흔드는 정체성 공방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 허태정·이장우 후보 제공

대전지역 민주화운동 및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지지 선언이 6·3 지방선거 대전시장 선거의 정체성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화운동의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지만 본질은 본선 초반 프레임 싸움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탈진영 이미지를 부각하려 하고 민주당은 전통 지지층의 균열로 읽힐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논란은 지난 17일 이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지지 선언에서 시작됐다.

지역 민주화운동·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민주당에 몸담아 왔던 우리는 대전시장 선거에서 여야와 진영을 떠나 지난 4년간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며 “이 후보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갑천생태호수공원, 유성복합터미널 등 대형 현안 사업들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로선 지지 선언의 주체가 갖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 보수정당 후보를 민주화운동·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지지했다는 점은 세 결집을 넘어 중도 확장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 ‘민주당 출신도 이장우를 선택했다’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현직 성과론과 인물론을 동시에 띄울 수 있어서다.

이 후보도 이 지점을 부각했다.

이 후보는 “저는 특정 진영의 시장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시장으로서 대전 발전만 바라보며 뛰어왔다”며 “민주화운동 정신은 결국 시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책임과 실천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시정 운영과 책임으로 해석한 셈이다.

민주당 대전시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즉각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들의 지지 선언이 보수 외연 확장 장면으로 굳어지면 본선 초반 방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민주당이 지지 선언의 내용보다 ‘민주화’라는 상징의 사용 자체를 문제 삼은 이유다.

민주당 대전시당 선대위는 “이 후보는 민주화의 이름을 도용하지 말라”며 “떳떳하다면 지지자들은 당당하게 이름을 밝히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지지 선언 참여자들의 과거 이력이 이 후보의 정치적 정당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이 후보의 과거 학생운동 이력과 현재 정치 행보를 분리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대전시당 선대위는 “과거 대학 총학생회장이라는 빛바랜 이력 하나로 이 후보를 민주화 투쟁의 주역으로 둔갑시켰다”며 “이 후보가 걸어온 길은 단 한 번도 민주주의 수호의 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탄핵 국면에서의 태도도 공격 지점으로 삼았다.

그러자 이 후보 선대위는 이를 시민 선택에 대한 압박으로 되받았다.

이 후보 선대위는 논평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는 허태정 후보와 민주당의 전용 명함인가”라며 “허 후보는 민주화 지지자가 등을 돌리는 것이 아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이름을 독점하듯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역 정치권 안팎에선 이 공방이 길어질수록 양측 모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을 지나치게 끌어오면 과거 정치 행보와의 모순을 공격받을 수 있고 민주당은 지지 선언 참여자들을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중도층에게 배타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화 정체성 공방은 초반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지만 오래 끌수록 양측 모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이 후보는 시정 성과와 재선론으로 돌아가야 하고 허태정 후보는 민선 7·8기 비교와 정책 검증으로 전선을 옮기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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