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대전 유성구 '스타트업 파크' [촬영 박주영]](https://www.koreapeopledaily.com/wp-content/uploads/2026/08/20260815071315546rvcx.jpg)
대전 유성구 ‘스타트업 파크’ [촬영 박주영]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저희가 원래 충남대학교 내 1인 사무실을 썼다가, 그다음 옆에 있던 ‘H2’라는 건물로 옮겼고, 지금은 스타트업 파크 본부 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
에이전트 AI 플랫폼 운영 업체인 재미스튜디오 대표 임우재(29) 씨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변천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회사를 창업한 지 2년도 되지 않아 직원 7명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데에는 스타트업과 투자사가 모여있는 거리인 ‘대전 스타트업 파크’의 도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인근에 충남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고, 투자사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사람들을 만나고 네트워킹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었다”며 “KAIST 인턴 등 우수한 인력 풀과 함께 쾌적한 사무실, 투자 기회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 스타트업 파크 지도 [촬영 박주영]](https://www.koreapeopledaily.com/wp-content/uploads/2026/08/20260815071315730knhl.jpg)
대전 스타트업 파크 지도 [촬영 박주영]
원룸 밀집촌이 창업의 거리로 탈바꿈
대전 스타트업 파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3월 유성구 어은동·궁동 일대에, 인천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스타트업 파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창업자와 투자자, 대학 등이 개방된 환경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협력하는 공간이다.
2021년 대전시에서 조성한 D브릿지 3개 동과 신한금융그룹에서 조성한 신한스퀘어브릿지 3개 동, 하나은행에서 운영하는 2개 동, 수자원공사와 유성구청이 각각 지은 1개 동을 비롯해 앵커시설인 스타트업 파크 본부까지 11개 창업지원 시설이 반경 1㎞ 안에 모여있다.
처음 대전시에서 원룸 3개를 지어 리모델링한 뒤 D1·D2·D3라 이름 붙였고, 이후 민간기업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잇따라 지원시설을 만들면서 각 기관의 이니셜을 따 S 1·2·3, H 1·2, W 1, Y 1이라 이름 붙였다.
그렇게 하나의 건물에 집약된 형태가 아닌 여러 스타트업과 투자기관이 분산해 들어서자 원룸촌이 밀집해 있던 거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고용 인원이 늘면서 인근 식당가도 함께 활성화됐고, 이 일대 ‘어궁동'(어은동과 궁동을 합쳐 이르는 말)은 창업의 거리로 거듭났다.
스타트업 파크 운영기관인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황윤성 혁신전략본부장은 연합뉴스에 “점 하나만 키우면 그냥 큰 점일 뿐이지만, 여러 군데의 점을 선으로 연결하면 지역 전체, 즉 ‘면’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컨셉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거리형 스타트업 파크를 조성했다”며 “우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기업에서 건물을 지어주면 홍보 차원에서 그 기업의 이니셜을 붙여주고, 스타트업 육성도 지원해주겠다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대기업 한 곳도 원룸 건물을 사서 스타트업 파크에 입주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는데, 현재로서는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외부 아이디어를 이용한 기술 혁신) 차원에서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을 필요로 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고 황 본부장은 전했다.
그는 “대기업이 빠르게 신규 아이템을 발굴하려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인수하거나 투자를 하고, 해외시장 진출도 함께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대전 스타트업 파크 본부에서 열린 '제106회 대전창업포럼' [촬영 박주영]](https://www.koreapeopledaily.com/wp-content/uploads/2026/08/20260815071315906dltf.jpg)
지난 11일 대전 스타트업 파크 본부에서 열린 ‘제106회 대전창업포럼’ [촬영 박주영]
126개 스타트업과 14개 투자사 입주…美 나스닥 진출도
“로보틱스와 신소재 기술을 융합해 포트홀과 같은 도로 파손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도로 파손 탐지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로보로드 김남호 대표는 지난 11일 대전 스타트업 파크 본부에서 열린 ‘제106회 대전창업포럼’ 행사에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자사 기술을 소개하며 투자를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대전시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매년 9월 진행하는 스타트업 투자 상담 행사인 ‘스타트업 코리아 투자위크’의 사전 행사로 마련됐다. 포럼과 함께 11개 민간운영사(투자사)와 36개 스타트업 간 일대일 투자·비즈니스 밋업(모임) 행사가 진행됐다.
김 대표는 “이미 1차 시제품을 완성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단계로, 대전지역 장비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실제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투자를 당부했다.
이에 건설면허 등 진입 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신소재 관련 인허가 문제는 없는지,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 투자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곽노섭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생태계 본부장은 “지난해 1천200여건의 스타트업 밋업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 투자위크에는 100여개 투자회사가 참여할 예정”이라며 “본행사 전 사전행사를 통해 K-콘텐츠, 바이오, 우주·항공, AI·로봇 분야 기업들의 투자사 사전 매칭을 돕고 있으며, 본행사까지 성과를 이어가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설명회 하는 김남호 로보로드 대표 [촬영 박주영]](https://www.koreapeopledaily.com/wp-content/uploads/2026/08/20260815071316089wnco.jpg)
기업설명회 하는 김남호 로보로드 대표 [촬영 박주영]
스타트업 파크에는 현재 126개 스타트업과 14개의 창업기획자(AC), 벤처캐피탈(VC) 등 민간 운영사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기준 109억원을 투자해 7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용 인원은 255명이다.
이미 스타트업 파크에서 졸업해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나왔다.
하나은행 창업지원 건물에 입주해있던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기업인 한다랩은 스타트업 최초로 올해 초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전은 특히 27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모여 있어 출연연의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첨단기술)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황 본부장은 “중기부에서 매년 100∼150개 딥테크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초격차 1000’ 사업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전의 선정률이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대전 스타트업파크 본부에서 열린 '제106회 대전창업포럼' [촬영 박주영]](https://www.koreapeopledaily.com/wp-content/uploads/2026/08/20260815071316269zqoh.jpg)
지난 11일 대전 스타트업파크 본부에서 열린 ‘제106회 대전창업포럼’ [촬영 박주영]
투자자 미팅하며 커피·맥주도…지역 상권 활성화 기여
스타트업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어궁동 일원 상권도 자연스레 살아나고 있다.
황 본부장은 “매년 9월 열리는 스타트업 투자위크 행사를 위해 궁동에 있는 커피숍을 40여개 정도 빌려서 진행한다. 커피숍마다 투자사를 배정해주면 기업이 그리로 가서 투자 상담을 하는 구조”라며 “저희는 ‘골목형’이라고 부르는데, 세미나와 포럼 등 여러 부대행사를 함께 마련하고 아침 ‘커피’부터 저녁 ‘맥주’까지 종일 투자자 미팅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새싹 기업에 마중물을 붓는 투자 펀드 조성에 나섰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민선 9기 1호 결재 사안으로 ‘글로벌 스타 기업 육성을 위한 지역투자펀드 조성’을 정해 추진 중이다.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창업 생태계와 벤처 투자를 분산하고, 창업, 투자, 성장으로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지방소멸을 극복한다는 취지다.
유성구는 궁동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지상 10층, 56가구 규모의 청년특화 주택을 짓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2026년 상반기 특화주택 공모 사업 청년 특화 부문’에 대전에서 유일하게 선정됨에 따라 국비를 지원받아 공유주방·헬스장·공유오피스 등이 갖춰진 청년주택을 짓는다.
항만 산업이 쇠퇴하며 낙후됐던 미국 보스턴 ‘켄달스퀘어’ 거리를 인근 대학과 대기업들이 모여 스타트업 단지로 되살린 것처럼, ‘창창대로'(어궁동 창업의 거리를 이르는 말)를 청년 창업의 메카로 만든다는 목표다.
임우재 대표는 “지금까지도 시드 투자를 많이 받았고, 여러 도움을 받았지만 기술검증(POC)이라든지 실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지역투자펀드 등을 통해 주민 관심을 제고하고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창창대로 표지판 [촬영 박주영]](https://www.koreapeopledaily.com/wp-content/uploads/2026/08/20260815071316459xovj.jpg)
창창대로 표지판 [촬영 박주영]
▶제보는 카톡 okjebo